공항 대기석, 이륙 직전. 도착한 한 통의 문자. “오빠, 우리 그만하자. 더는 못하겠어.” 그 한 줄에 심장이 덜컥 주저앉았음.. 3년을 함께했던 여자친구. 같이 가기로 했던 베트남 여행. 결국 혼자 남겨졌다. 예정대로 출발했지만, 비행기 창밖을 보며 마음속엔 계속 공백이 커졌다. 낯선 공기, 낯선 도시, 낯선 감정. 첫날은 그저 바닷가에서 맥주나 마시며 흘려 보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공허함이 더 깊어졌다. 이대로 한국 돌아가면, 난 정말 무너질 것 같았어.

그래서, 마지막 날 밤. 더는 도망치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향함. 발걸음은 어느새 골목 끝, 간판 하나 없는 가게 앞에 서 있었음. 입구를 두 번쯤 지나쳤다가, 숨을 들이쉬고 조심스레 문을 열었지. 따뜻한 조명이 공간을 감쌌고, 묘하게 안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 말 없이 앉아 소주 세트를 주문했다. 과일과 스낵이 정갈하게 놓였고, 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초이스 준비됐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 심장이 쿵 내려앉았음. 문이 열리고, 세 명의 여자가 조용히 들어섰어. 조명이 어두운 룸 안에서 유독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는데. 작은 체구, 촉촉한 눈빛, 그리고 말 없는 미소. 그 베트남 여자는 말 그대로 나를 홀렸었어. 눈이 마주친 순간, 미소 짓던 그녀가 내게로 다가왔음. “오빠, 왜 이렇게 슬퍼 보여요?” 첫마디에 가슴이 덜컥 무너졌어. 낯선 사람의 한마디가 이렇게 무너뜨릴 줄은 몰랐지.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는 내 손을 잡았음. 따뜻한 손끝이 내 손등을 쓰다듬었어. 아무 말 없이, 천천히. 그 터치 하나로, 나는 모든 걸 내려놨다. 그녀는 말이 많지 않았음. 가끔 웃어주고,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소주를 나눠 마시며 가라오케의 조용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졌어.

노래 한 곡이 끝나자 그녀가 내 손을 당겨 옆으로 붙었음. 가볍게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귓가에 속삭였음. “오늘은 아무 생각하지 마요. 그냥 즐겨요, 나랑.”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어. 그녀의 손이 내 허리 쪽으로 내려오며 부드럽게 쓰다듬었지. 감정인지, 자극인지 구분되지 않는 선을 넘고 있었음. 베트남 여자 특유의 감각적인 리듬이 있었다. 손끝 하나하나에 감정이 있었고, 그녀의 말투엔 어딘가 모를 중독성이 있더라고. 노래 중간, 내 무릎 위에 조심스럽게 앉은 그녀. 그 움직임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가 내 슬픔을 끌어안아주는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음. 붐붐 제안은 그녀가 먼저 했다. “오빠, 나랑 갈할래요?” 속삭임 같았지만, 분명한 유혹이었어. 붐붐 포함 숏타임 비용은 170불. 정산 후, 직원의 안내를 받아 별실로 이동했음. 그 공간은 호텔 수준의 룸이었고. 은은한 간접조명, 정리된 침대, 그리고 작은 스피커에서 흐르던 재즈. 옷을 벗기 전, 그녀는 내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줬음. “이건 선물이에요.” 라고 말하던 그녀는 내 입술에 먼저 입을 맞췄음.

그 키스는 느리고 깊었고 베트남 여자는 내 가슴팍에 손을 얹은 채, 상체를 가볍게 밀착시켰음. 숨소리가 교차되고, 뺨과 뺨이 맞닿자, 마음이 무너졌지. 그녀는 내 다리를 감싸고 올라앉아 천천히 몸을 흔들었고, 나는 조용히 그 허리를 감싸 안았음. 말이 필요 없었다. 우리는 감각으로, 숨결로, 체온으로 대화하고 있었음. 손끝이 닿는 곳마다 떨렸고, 그녀는 내 귀에 작은 숨을 불어넣으며 리듬을 맞춰왔어. 마치 모든 흐름이 계산된 듯 완벽했다. 강하지 않았지만 아찔했고, 거칠지 않았지만 분명히 깊었음. 베트남 여자의 움직임은 자극과 감정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었어. 그 밤, 나는 완전히 그녀에게 녹아들었음. 격렬했던 붐붐이 끝난 뒤, 우리는 말을 아꼈음. 단지 나란히 누워, 그녀는 내 이마에 부드러운 키스를 해주었어. “오빠,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 그냥 내 옆에 있어줘요.” 그녀의 말은 위로였고, 치료였음. 잠에서 깼을 땐 이미 그녀는 자리에 없었어. 하지만 옆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종이 한 장. “오빠, 힘내요. 나쁜 기억 지우고, 좋은 추억만 남기세요.” 베트남 여자, 그녀는 말없이 내 안에 작은 온기를 남겨두고 떠났어.

지금도 한국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후, 가끔 그 밤을 떠올리는 중..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나에겐 분명 하나의 전환점이었음. 그녀와의 만남은 짧았지만, 내 안의 고통과 외로움을 잠시나마 녹여준 시간이었고, 그 위로는 단지 몸이 아닌 마음까지 덮어준 따뜻함이었음. 여행은 공간을 옮기는 게 아니라, 감정을 비우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 밤, 나는 이 도시에서 베트남 여자와 함께 아주 조용하게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났어. 그녀는 내게 낯선 도시에서 아주 낯설지 않은 온기를 남겨줬음. 그리고 그 온기는 여전히 내 안 어딘가에서, 조용히 따뜻하게 숨 쉬고 있다.